홈으로 contact us 사이트맵
언론보도자료
언론보도자료
> 언론보도자료 > 언론보도자료
제목 [기본] 주경야교 필리핀 선생님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날짜 2021.05.21 14:04
글쓴이 김지훈 조회/추천 20/0
야학교사 메지아글로리아지씨 '특별한 스승의 날'

오산장애인씨앗학교와 11년째 인연
낮엔 식당 근무·밤엔 영어 가르쳐와
휠체어 탄 어르신 제자들 다가와
카네이션 달며 “땡큐 티처” 인사
“평생 잊지 못할 기억” 눈시울


특별한 스승의 날 로고.jpg

글로리아 선생님 사진.jpg
▲ 오산성인장애인씨앗학교 학생들과 11년째 인연을 맺고 있는 메지아글로리아지(52)씨.
“Thank you teacher”

장애로 몸을 움직이기 힘든 한국인 60대 남성이 한 마디 말을 건넸다. 이윽고 그는 조심스레 한 여성의 왼쪽 옷깃에 카네이션을 달아줬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성인들이 한명씩 그녀 앞에 섰다.

“고맙습니다.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그녀는 어눌한 한국어 발음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동시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스승의 날을 3일 앞둔 12일. 오산성인장애인씨앗학교 학생들과 인연을 맺고 있는 메지아글로리아지(52·여)씨는 “이날을 평생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메지아글로리아지씨는 낮에는 식당에서 일하고 밤에는 장애학생에게 영어 가르치는 '야학교사'다. 일주일에 2번, 한달에 8시간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학생들과 만난다. 이들과 사제지간을 맺은지도 어느덧 11년이 흘렀다.

필리핀인 그녀와 장애인 학생들이 특별한 인연을 맺은 계기는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녀는 1996년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이주를 왔다. 한국인 남성과 알뜰살뜰 다문화가정을 꾸리고 생활하던 중 한 가지 제안을 받게 됐다.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보지 않을래?" 2010년 평소 잘 알고 지낸 한 교회 목사가 오산성인장애인씨앗학교 학생 43명의 영어교육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어릴적부터 영어를 국어처럼 사용하는 필리핀에서 자랐기에 영어교육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처음에는 거절하려 했지만, 학생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듣고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이 학교 학생들은 중증 장애를 앓고 있었다. 학생 평균 연령은 60대. 대다수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배움의 기회를 놓쳤다. 그런 탓에 영어는 늘 그들의 동경의 대상이 됐다.

“막상 영어교육을 하려고 하니 부담이 컸어요.”

첫 교육을 앞두고 그녀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로 긴장했다. 한국어도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한국 성인 상대로 교육을 해야 한다니. 무엇보다 교육 대상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이었다.

이런 걱정은 학생들과 첫 만남에서 말끔히 사라졌다. "제대로 된 소통은 어려웠지만, 그들의 눈빛과 표정을 통해 차근차근 소통했어요. 처음 ABC도 알려주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영어로 대화까지 가능한 학생도 있어요"

어느 순간 메지아글로리아지씨는 그들과 동질감을 느끼게 됐다. 장애인, 외국인이 겪는 '차별'의 아픔을 서로가 알게 된 시점이다. 그때부터였을까. 그녀는 단순하게 영어만 가르치는 교사가 아닌 진정한 선생님으로 거듭나고 싶었다.

“남편이 아파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학생들을 포기할 수 없었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그들이 영어 배우면서 신나는 모습을 보면 뿌듯했습니다”

올해 5월15일 10번째 스승의 날을 앞두고 그녀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 뿐”이라고.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

글쓴이 비밀번호
보이는 순서대로 문자를 모두 입력해 주세요
* 600자 제한입니다. 등록
목록 쓰기